175년의 역사, 51년의 전승
조선의 장터를 누비던 보부상의 의리와 상도 정신을 오늘에 이어가다.
예덕상무사(禮德商務社)는 조선 철종 2년인 1851년을 조직 형성의 기점으로 삼는 전통 보부상 조직입니다.
예산(禮山)과 덕산(德山)의 첫 글자를 따서 예덕상무사라 하였으며, 예산·덕산·면천·당진의 사읍(四邑)을 중심으로 고덕·삽교 등 충청남도 내포지역의 여러 장터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보부상은 물건을 보자기에 싸서 이고 다니던 보상(褓商)과 지게에 짊어지고 다니던 부상(負商)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이들은 장터와 마을을 오가며 생활필수품을 공급하고 지역 간 물자의 유통을 담당하였습니다. 단순한 행상인이 아니라 조선 후기 서민경제를 지탱한 중요한 상업집단이었습니다.
예덕상무사의 역사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고문헌은 1851년에 작성된 《예산임방입의절목(禮山任房立儀節目)》입니다.
이 문헌에는 조직의 운영 규칙, 벌칙, 신구 접장의 교체 절차, 회원들의 상부상조에 관한 사항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당시 예덕상무사가 이미 접장과 임원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증거입니다.
또한 《선생안(先生案)》과 《좌목(座目)》에는 역대 접장과 임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851년 김상렬(金相烈, 김상열로도 표기) 접장을 기점으로 이어지는 기록은 예덕상무사의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한성부완문》과 《의정부완문》 등은 보부상 조직과 관청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예덕상무사는 장사를 하면서도 인간의 도리와 신의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보부상들이 지켜온 사대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물패행(勿悖行) —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라.
물음란(勿淫亂) —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라.
물망언(勿妄言) — 함부로 말하거나 거짓된 말을 하지 말라.
물도적(勿盜賊) — 남의 재물을 훔치지 말라.
이 네 가지 강령은 보부상들이 서로를 믿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며 상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정신적 규범이었습니다.
보부상들이 지니던 신표(信標) 역시 조직의 소속과 신분, 상호 신뢰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물입니다.
예덕상무사는 역대 접장과 선대 보부상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하여 공문제(公文祭)를 봉행해 왔습니다.
공문제는 영감제사와 사속제사 등을 통하여 선조를 추모하고,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전통 의례입니다.
접장 교체 의례는 선대에서 후대로 조직의 권한과 책임을 계승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특히 1851년 절목에 기록된 신구접장교체규식은 이러한 의례의 역사적 의미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문헌입니다.
근대 이후 교통과 유통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보부상의 상업활동은 점차 쇠퇴하였습니다.
그러나 예덕상무사는 선조들이 남긴 고문헌과 유물, 공문제와 전통의례를 보존하면서 보부상의 정신을 이어왔습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윤규상 두령을 비롯한 선배들의 노력으로 보부상의 장터 생활과 풍속을 놀이 형태로 재현하는 전승 활동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보부상놀이는 길놀이, 장문놀이, 장터의 사설과 노래, 전통 복식과 상거래 풍속 등을 통하여 옛 보부상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문화 공연입니다.
2026년은 이러한 보부상놀이 전승이 51년째를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예덕상무사가 보존하고 있는 《예산임방입의절목》, 《선생안》, 《좌목》, 《완문》 등은 조선 후기 상업조직과 서민 생활사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입니다.
또한 공문제와 접장 교체 의례, 보부상놀이, 사설과 노래, 전통 복식과 신표 등은 유형의 역사자료와 무형의 전승문화가 함께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사단법인 예덕상무사는 이러한 전통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며, 교육과 공연을 통하여 후대에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6년은 예덕상무사가 1851년을 기점으로 17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175년의 역사는 역대 접장과 반수, 영위, 수많은 임원과 단원들이 어려운 시대에도 조직을 지키고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한 옛날의 풍속이나 공연이 아닙니다.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과 의리, 신의와 상도 정신, 그리고 공동체의 역사입니다.
기록이 이어져야 역사가 이어지고, 사람이 이어져야 전통이 이어집니다.
예덕상무사는 175년의 역사를 바르게 보존하고, 51년의 전승을 소중히 지켜 미래 세대에 물려주겠습니다.
사단법인 예덕상무사
참고자료: 《보부상 예덕상무사의 문화재 가치성》, 《예산임방입의절목》(1851), 《선생안》, 《좌목》, 《한성부완문》, 《의정부완문》 등.